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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미술」 2023년 4월호 <큐레이터스 보이스>


《2023 별도의 기획전: 반영하는 물질》
옥상팩토리 1.7~3.12



글_이주연 / 옥상팩토리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작가이자 아트디렉터 장해미가 운영하는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옥상팩토리는 작가 중심(기반)기획의 일환으로, 작가가 연구하는 재료 물질 매체 자체를 소개하고 전시를 통해 재료 &#8231; 물질적 관계성에 주목하는 ‘별도의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재료와 매체를 사용하고 시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발생하는 시간적, 재료적 낭비를 줄이고 현실적인 재료 구매법, 사용법 등을 공유하여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재료, 매체, 기술 탐구가 이뤄지길 바라며 시작되었다. 2021~2022년에는 재료 실험 자체에 집중하여 한 작가가 연구하고 있는 재료나 기법, 기술, 공학적 실험 등을 선보이고 공유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면 2023년에는 ‘상반기-물질’, ‘하반기-비물질’이라는 두 축으로 같은 재료 및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들의 네트워킹을 통한 의미 확장의 장을 마련했다. 각 프로젝트 종료 후에는 결과자료집을 제작하여 해당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하고자 하는 작가들 간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하고 기획자들에게는 재료의 물질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2023년의 ‘상반기-물질’의 키워드는 본인의 논문 「비근대주의 관점에서 살펴본 나움 가보의 예술적 전망 고찰」(이주연, 2021)에서 착안해 매체실험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반영하는 물질’로 선정했다. 지난 석 달간 진행한 《별도의 기획전: 반영하는 물질》(이하 《반영하는 물질》) 은 회화, 조각, 설치, 키네틱, 인터랙티브 등 장르 제한 없이 ‘반영하는 물질’을 재료로 한 작품들로 예술작품과 주변의 상황, 현실을 지각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자 하였다. 이때 반영하는 물질은 거울, 아크릴, 렌즈, 투명하거나 반짝이는 물체와 같이 주변을 비추는 물리적인 재료 일체를 염두에 두었다. 실험전시는 오버랩/릴레이 형식으로 1~6부로 구성하여 10주 동안 6명의 작가와 13점의 작품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회차마다 물리적 &#8231; 내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설치방식을 통해 각 작가가 사용하는 ‘반영하는 물질’이 여러 층위에서 서로 포개지고 반사하며 적극적인 침투가 발생했다. 변화하는 공간 구성에서 여섯 작가가 사용하는 물질(거울, 스마트폰, 프리즘, 크롬, 분광필름, 유리 등)의 속성과 효과를 살펴보았으며 모든 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일은 전시의 마지막이자 세미나를 진행하는 3월 12일 하루였다. 참여작가 6인(강수빈, 김준수, 박재성, 심규승, 최은지, 홍유영)의 미발표 구작과 신작 위주로 각자의 주변 환경을 ‘반영하는 물질’로 제작한 개별 작품들이 도시, 인식, 가상과 실제, 현실, 감각 등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고 상호작용하여 물질의 성질을 극대화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회차마다 작가와 기획자 간에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작품 설치 단계에서도 각자의 영역보다는 전시 전체의 구성과 효과에 집중한 설치가 이뤄졌다.

1부의 시작인 심규승의 〈빛나는 구름〉(2023)은 유동적인 설치법으로 ‘분광필름’을 설치하는 위치와 방법에 따라 효과를 실험해가며 작업을 확장해가는 점이 기획 의도와 부합하여 1~6부 전체를 점유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2부부터 함께 한 강수빈의 〈반영의반영의(NULL)〉(2022~2023) 또한 6부까지 공간 곳곳을 돌아다니며 로봇청소기 위에 달린 거울과 이를 비추는 스마트폰 속 SNS화면을 통해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다른 작품들을 반영하고 비추며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였다. 2부는 강수빈 〈부푼 벽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2022), 박재성 〈AH-o-HA〉(2022), 심규승 〈Light of the world〉(2023)와 장르적으로 구별되는 여섯 작품이, 3부는 강수빈, 김준수 〈Element of sense ver 1.1〉(2021), 심규승과 물성이 강조된 다섯 작품이 조우했다. 전시를 감상할 때 작품 하나의 내용과 의미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작품의 주변까지 감상의 폭으로 수용하여 자신만의 감상의 세계가 넓고 깊어지면 발견할 수 있는 현실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4부는 전시장 속에서 교차하는 강수빈, 김준수, 심규승, 최은지 〈Common Space_03〉(2020), 〈Re-Arcade drawing_03〉(2020)의 작품에 사용된 재료(거울, 프리즘, 분광필름, 유리)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이었다. 작품에 사용된 재료(반영하는 물질)의 물질성과 상호작용성에 주목함과 동시에 다양한 상황의 순간이 ‘재료’에 함의되어 있음을 인정할 때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5부는 홍유영의 〈Negative Landscape〉(2023)가 전시공간 곳곳에 침습하여 반사와 굴절이 무한으로 반복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어쩌면 《반영하는 물질》에서 보는 것들은 경계면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여러 경계면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관계와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장을 만들었다. 1~5부는 여러 만남에 대해, 6부에서는 오고 간 시간의 겹 사이에서 남겨진 강수빈, 김준수, 심규승, 홍유영의 다섯 작품으로 전체와 분절, 투명함과 불투명함, 무색과 유색, 분산과 굴절 등의 재료적인 성질을 논하며 전시를 마무리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재료연구세미나’는 3월 12일에 열려 예술현장 관계자들이 논의를 이어갔다. 본인은 불확실성과 미결정성이라는 실험전시의 마지막 자국을 남기며, 어떠한 방식으로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세미나에서 참여 작가 6인은 현실적으로 재료를 구입하고 다루는 방식과 본 프로젝트의 효과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본인은 ‘반영하는 물질’ 재료 자체의 반사성에 대한 논의에서 더 나아가 반영하는 물질이 관람하는 자신과 현실까지 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장된 논의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2부에서는 권태현 비평가가 ‘반영하는 물질(재료탐구)과 실험전시(전시 형식)에 대한 의미’를 주제로 세미나를 이끌며 본인이 주목해왔던 투명한 물질에 대한 유물론적인 관점에서 ‘재료’ 중심적인 서사를 생성하는 전시의 의미를 돌아봤다. 이에 더해 유리와 플라스틱 등 현재 우리의 주거 환경을 이루고 있는 재료를 사용한 작품들과 과거 미술사에 남은 투명한 재료를 사용한 작품의 계보를 짚었다.

타인의 작품과 물리적으로, 내용적으로 적극 침투하고 상호작용하는 전시설치 방식을 통해 이번 프로젝트이자 전시는 여러 층위에서 의미를 발생시킬 수 있었다. 각 작품에 등장하는 ‘반영하는 물질’의 속성을 살펴보고, 작품 간의 관계성을 파악하여 지금 여기에서 일시적이면서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현실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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